사라진 것들의 마지막 처소
최 민 자
노래방에 손전화를 떨어뜨리고 와 다시 찾으러 들어갔다.
사이키 조명도 찰찰이 소리도 증발해버린 불 꺼진 방. 조용하다. 노래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노래방은 집단 해우소다. 짓눌린 그리움이 통절한 가락으로 뽑혀 나오고 잊었던 신명이 토막 난 춤사위로 흩뿌려진다. 잠자리처럼 허공을 선회하던 음표들은 천둥번개 속을 부유하다가 흥성거리는 어깨 위에 얹혀 진즉 신호등을 건넜을 것이다. 광화문을 지나고 한강을 건너새떼처럼 자우룩이 날아올랐을 것이다.
아득한 날, 이웃 마을 교회당에서 들려오던 종소리가 생각난다. 날 밝기 전, 교회를 떠나간 종소리들은 해질 녘이면 슬그머니 종루 안으로 기어들곤 했다. 반겨주는 이가 없어서였을까. 저녁답의 종은 더 길게 울었다. 아련한 종소리의 여운 속에서 나는 종소리가 갔다 온 거리가 어디까지였을까 혼자 상상해보곤 했다. 종소리는 어김없이 돌아왔지만 집 나간 백구는 돌아오지 않았다. 돌아오지 않는 노래, 돌아올 줄 모르는 강아지. 멀어져간 얼굴, 떠나버린 시간……. 사라진 것들은 다 어디에 있을까.
잠들지 못해 뒤척이는 밤, 내 안 어디, 컴컴한 그늘에서 홀연히 살아오는 옛 친구의 노랫소리를 듣는다. 사라지는 것들도 종소리처럼 슬그머니 돌아와 숨는 것인가. 어스름 동굴 속 강고한 바위에 암염처럼 엉겨 붙어 있다가 오색 고운 빛가루 되어 분분히 날리기도 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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